2008년 05월 30일
촛불시위 첫 참여 후기
토요일 필수 준비물은 운동화, 물통, 수건, 마스크, 모자, 칼로리, 목청
1. 원래 토요일에 가려고 했으나 저녁 약속이 취소되어서 일정에도 없이 가게 되었다.
2. 여섯시 반쯤 청계천 도착. 종각에서부터 걸어왔는데 오는 도중에 나와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닭장차도 꽤 보였다. 날씨는 후끈 했다. 소라 모양의 조형물, 참 마음에 안 든다. 일민 미술관 앞에 Finnair에서 나온 노랑머리 파란 눈 언니 둘과 오빠 하나가 홍보를 하고 있다. "지금 무슨 홍보?"라며 툭툭 말을 뱉는 앞에 지나가는 두 아가씨들.
3. 청계천 광장 주변 사거리는 경찰차로 장난 아니었다. 인도를 모두 막아놨다. 그리고 실제 병력은 조선일보 건물 쪽 KFC 앞을 중심으로 앉아 있었다. 외국인들은 좋다고 사진을 찍는다. 그래, 나 같아도 찍겠다. 평소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거리. 보도블럭을 파헤친 곳이 있고 그 위에 흙이 쌓여 있으며 일민미술관 앞 광화문 지하도로는 아예 막아놨다.
4. 신한은행을 가기 위해 유유히 앉아있는 전경들 사이를 지나가다. 조선일보 쪽은 전경들이 새까맣게 앉아서 대기 중이었다. 그 쪽으로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으려 한다. 신한은행에 들어가서 언니가 돈을 찾고 롯데리아를 찾아서 헤매다가 전경들이 드디어 이동을 한다.
5. 아.. 왠지 따라가고 싶은 욕망이 불끈. 따라가다가 전경이란 '차두리'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 뒤에서 한 팀이 더 오는데 비킬 것도 없는데 비키라고 요구한다. "비켜주세요."
6. 저녁을 먹으러 다시 종각 쪽으로 간다. 가는 와중에 많은 전경들을 보고 그들이 나보다도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수는 정말 많았다. 종각까지 가는 길에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별 할 일 없어보이는데 그냥 나와있는 사람들. 종각역 부근에 외국어 학원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가는 도중에 언니가 무료배포 신문 하나를 집어서 오후 4시 고시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제2차 롯데월드 기사를 보고 분노.
7. 밥 먹고
8. 청계천 광장으로 이동. 앗. 없다. 시청으로 가야 한다.
9. 시청 앞과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플라자 호텔 2층. "지금 스테이크 먹고 있을까?" 사람들이 빽뺵히 앉아 있어서 옆에서 침투할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기 전에 서명을 하고 플랭카드를 받았다. 촛불은 어디서 받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안에서 준다는데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있던 자리에서는 뭐라고 하는 지 잘 들리지 않았고 그냥 앞 사람, 옆 사람 하는 말 따라서 외친다.
10. 들어오기 전, 흥미 가득한 얼굴로 이 상황을 찍고 있는 외국인 두 명 발견. 행진이 시작된 후, 조선호텔 지붕에서 또 다시 발견.
11.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선다. 파도타는 것처럼 차례차례 선다. 구호를 외치고 뭐 하는 지 모르는데 늦게서야 오는 MBC취재진. 갑자기 모두들 "MBC! MBC!" 크게 구호를 외치는데 정작 인터뷰는 모두 피한다.
12. 아리랑을 부르며 행진 시작. 행진을 하는 지 몰랐는데 나는 이미 차도를 걷고 있다.
13. 서로 잃어버리지 않게 두 손 꼭 붙잡고 시위 구호인 "고시철회, 협상무효" 중 소리가 약한 "협상무효"를 외치며 간다. 경찰이 왜 보이지 않는 지 상당히 의문 스럽다.
14. 정말, 내가 차도 위를 걷고 있다. 좁은 길에서는 괜찮았는데 남대문 옆을 지나면서 한 쪽에선 차들이 정체되고 있다. 보도블럭 위의 시민들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우리를 본다. 가끔 군데군데, 사진을 찍는 카메라 맨들.
15.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구호는 "함께해요, 민주시민"으로, 구경하는 사람들의 참여를!
16. 마구마구 거리를 횡단해버리는 우리들.
17. 종각역에 기대어서 지나가는 시위대를 계속 봤다. 언제 그 끝이 보이려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길이 좁아져서 그러는 건지, 여튼 사람수가 더 많아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구나. 땀에 흠뻑 젖어서 흥분을 가득 안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18. 끝까지 가고 싶은 아쉬움. 토요일은 자칫 밤을 샐 수도 있을 가능성을 대비하여 미리 알리바이를 조성.
19. 친구들 몇몇에게 단체문자를 돌려서 "함께해요, 민주시민"
# by | 2008/05/30 21:35 | 정치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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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고 나서 한명이 다쳤다던데 이게 영향을 주진 않을까 걱정이다.